[국제] 시리아 내전, 정부군의 패망과 위선자들의 합창
<동백림의 세계를 보는 왼쪽 눈>
불법 계엄과 내란으로 한국 사회가 달아오르던 12월 초, 중동에서는 14년 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의 패전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과연 내전의 결말을 단순히 '독재정권의 패망과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할 수 있을까? 2024년 12월 시리아의 현황과 전망, 여전히 남은 분쟁의 불씨들을 살펴본다.
몇 년간 국제 사회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었고, 사실상 아사드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고 알려졌던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다면전쟁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로부터 이탈한 상황에서 재개되었다. 다시 시작된 내전은 허무하게도 단 10일 만에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끝나 버렸다. 정부군이 붕괴되고 지도자가 사라진 시리아 아랍 공화국은 순식간에 멸망했고, 이스라엘군까지 개입하면서 시리아에는 다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글을 시작하기 전, 필자는 아사드 정권에 대해 큰 지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미리 말해 두고 싶다. 아사드 부자가 저지른 여러 학살이나 전쟁범죄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단순히 '독재정부가 무너졌다'는 것만으로 기뻐하기에 시리아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적을 패배시키는 것이 대중에게 더 큰 악과 위협을 불러올 수도 있다면,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HTS와 SNA, 어떤 세력인가?
시리아 아랍공화국의 멸망 이후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주요 세력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터키 에르도안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는 SNA(시리아 국민군), 두 번째는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구 알카에다 계열 알누스라 반군 출신의 HTS(하야트 타흐리르 앗샴, 레반트 해방위원회)이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제3세력으로는 시리아에서 가장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인 SDF(시리아 민주군)이 있다. SDF를 이끌고 있는 주요 집단은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YPG(인민수비대)이다. 이들은 후술할 압둘라 외잘란의 '민주적 연합체주의' 사상을 따르고 있으며, 서방과 러시아로부터 제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마스쿠스가 함락되고 시리아 정부가 멸망한 이후, HTS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가 건설되었다. 과도정부의 현 실권자는 아흐메드 후세인 알샤라(Ahmed Hussein al-Sharaa), 속칭 '알 졸라니(Al-Julani)' 혹은 '알 골라니(Al-Golani)'이다. '알 골라니'는 현재 이스라엘 점령지인 시리아 서부의 골란 고원에서 따 온 이름이다. 알 졸라니, 혹은 알 골라니는 어떤 인간인가? 충격적이게도 그는 청년 시절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했던 자이며,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의 우두머리였던 자다. 이는 이미 BBC를 위시한 외신들을 비롯해 연합뉴스 등 한국 주요 언론에도 소개된 내용이다.
알 졸라니는 본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며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미군에게 체포된 바 있다. 이후 그는 ISIS의 발흥 이후 탈출하였고,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 알카에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시리아로 들어왔으며 이곳에서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를 창설했다. 그는 2016년 이후 알 카에다와 절연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미 극단주의 사상을 포기했다고 말하면서 서방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으로 증명된다고 할 때, 여전히 그의 과거에서 나오는 의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몰아낸 탈레반도 처음에는 여성과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채 한 달도 가지 않았다. 결국 여성들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고, 판지시르의 소수민족 주민들은 과거 북부동맹 깃발을 다시 올리며 결사항전을 선포했지만 서방의 외면 속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탈레반은 지금 알 졸라니와 HTS를 지지하고 있다.
HTS가 쓰고 있는 가면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현재 HTS는 시리아 서북부의 이들리브를 통치하면서 터키의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도 계속 터키 에르도안 정권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터키의 지원 속에서 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한 이들리브의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선도자이며 시리아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고 사우디, 카타르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이란의 경제 개입까지 끊어내고 있다. 이들은 서구권이 허용한 수준의 적당한 이슬람 통치에 경제적 풍족함을 결합한 일종의 '걸프 왕국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온건 이슬람주의'로 보이고자 애쓰고 있는 이들의 가면이 깨질 때, 시리아 주민들의 시민적 권리는 지금보다도 훨씬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HTS가 현재 지배하고 있는 이들리브 지역이 그들의 선전처럼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1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단절을 말하지만, 수니파 중심의 원리주의자들이 여전히 이들의 핵심 지지기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소수민족, 소수종교 신자들에게 HTS 병사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과 증언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다. '시리아를 구원한 존재'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기회를 노리고 시리아 침공을 확대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매우 침묵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침공에는 침묵하지만 SDF나 소수민족 반군에게는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사실상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대한 묵시적 협조에 가깝다. 이들의 세력 확대 초기부터 불안감을 느낀 여성들은 세속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2, 결국에는 지난 12월 5일 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종파인 알라위파의 성소를 모욕한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소수민족, 소수종교 신자들이 HTS에 맞선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다. 이에 맞서 HTS 요원들은 알라위파 신도들을 학살하며 고문하고 있다. 3 아래 연합뉴스 기사에 당시의 상황이 드러나 있다. 4
"AFP통신에 따르면 이곳은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속한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의 거점으로 최근 며칠간 치안 상황이 악화했다. 전날에는 이 지역의 키르벳 알마자 마을에서 아사드 정권 당시 정부군 장교를 체포하려는 보안군 14명이 친아사드 민병대의 매복 공격으로 숨졌다. 아울러 북부 제2도시 알레포의 마이살룬 지역에 있는 알라위파의 신전이 공격받는 동영상이 유포된 이후 타르투스와 라타키아, 중부 홈스, 카르다하 등지에서 항의 시위도 벌어졌다. 이에 시리아 과도정부는 홈스를 비롯한 4곳에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5
HTS보다 더 심각한 것은 터키 에르도안 정권이 육성한 괴뢰군인 시리아 국민군(SNA)이다. 이들은 HTS 이상의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들을 터키군의 통솔 하에 합쳐놓은 조직이다. 터키군은 2016년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으로 처음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래 쿠르드 계열 시리아 민주군(SDF)에 대해 '테러 단체'인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의 연장선상에 있다 주장하며 적대하고 있는데, 그 앞잡이로 육성된 것이 바로 SNA이다. 이들은 2018년 아프린을 침공하였고 2019년에는 시리아 일부 북부 지역을 일부 점령하여 '안전 지대'로 명명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본래 그 지역에 살던 쿠르드족들을 인종청소하듯 내쫓고 시리아 출신 난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SDF의 영향력을 일소해 버렸다.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추방을 연상케 하는 악질적 방식의 제노사이드에 가깝다. 6
거기에다 이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이슬람주의에 입각한 억압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다시 시작된 이후 수도인 다마스쿠스로 내려간 HTS와 달리 SNA의 주요 타격 지점은 SDF가 관리하는 영역들이었다. 이들은 알레포에서 쿠르드족 지역을 집중 공격한 것도 모자라 만비즈 지역까지 침공하여 장악하였으며, 과거 ISIS와의 최대 전투지였던 코바니까지 중화기를 통해 공격하며 인명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전쟁범죄 행각은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중재 하에 휴전하였지만 SNA는 이미 그 휴전안을 어기고 계속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고, 결국 SDF는 만비즈 지역의 마지막 거점이자 주요 요충지인 테슈린 댐 사수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SDF는 만비즈 군사 위원회와 함께 SNA를 격퇴하고 있으며 현재 역으로 만비즈 지역을 일부 탈환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19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러시아 군과 협조하던 SDF는 현재 러시아 군이 철수한 이후 다시 서방 연합군과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 국가들의 위선적 기회주의
수십만의 인명을 살해한 독재자를 제거하고 온간 이슬람주의와 서방 자본을 결합하여 사우디나 카타르 정도의 국가를 세워내는 '걸프 모델'을 지지한다는 것은 시리아 내전의 개전 당시부터 서방 국가들의 주된 여론이었다. 실제로 아사드 정부로 대표되는 세속적 민족주의와 ISIS를 비롯한 이슬람주의 둘 다에 지친 많은 중동 사람들이 소위 '걸프 왕국 모델'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1세계 국가로서 이런 입장이 흔히 유통되는 한국에서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군 지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술하였듯이 여전히 지금의 반군 세력에게 정말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현대 국가로의 이행을 담보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서구 국가들이 새로운 시리아의 모델로 제시하며 '경제발전과 온건 이슬람의 결합 사례'라 칭송하는 걸프 왕국들 역시 서방의 비호 아래 국내적으로 여전히 여성인권과 시민적 자유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 물론 서방은 이들 산유국의 국내적 인권탄압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사우디, 카타르 등 걸프 왕국들의 지원을 받은 초기 시리아 반군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되고 ISIS로 전향하여 아사드 정권을 훨씬 능가하는 학살을 저질렀던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치 아프가니스탄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고 있는 탈레반이 미국의 지원으로 성장한 것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서방 국가들이 보여준 기회주의는 '시리아의 민주화'가 이들의 목표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 준다.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친서방 정권을 세우는 것, 그리고 서구 세계로 유입되는 난민의 양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뿐이다. 시리아 주민들의 인권이나 생존권은 이들의 계산에 없다. 유럽 국가들은 초창기 시리아 내전에서 반서방 아사드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반군을 지원하다가 반군의 이슬람 극단주의가 과격화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들이 늘어나자 빠르게 입장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간 반군을 찾다가 결국 온건 반군이 사멸하자 YPG-SDF를 지원했다. 그러다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 결정을 내리고 내전이 소강 상태에 들어가자 아사드 정권과의 국교정상화를 시도했다. 이들이 '서방의 적'으로 여겨졌던 아사드와 재접촉한 유일한 이유는 난민들을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서구 사회는 이미 시리아 내전을 아주 끝난 것인 양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출신 난민 신규 신청을 모두 차단했으며, 독일이나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현재 있는 난민들에게 역으로 돈을 줄 테니 시리아로 돌아가라고 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상술하였듯 HTS 조직이 여전히 소수민족과 소수종교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미국은 서방 헤게모니에의 종속을 천명한 HTS와 그 지도자 알 골라니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였다. '테러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방침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위선적인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장단을 맞추어 UN조차 발 빠르게 HTS의 과도정부를 인정하고 테러단체에서의 제외를 시사했다.
오래된 대안, 로자바 혁명의 위기
서방의 태도 변화가 '위선자들의 합창'인 이유는 분명히 시리아에 이미 존재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대안을 애써 외면하고, 수구적이고 반동적일지언정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을 마치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서구 국가도 SDF와 로자바(Rojava)의 시리아 민주의회를 공식적인 정치세력으로 인정한 바 없지만, 이들의 외로운 혁명은 세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리아 내전의 전체 과정에서 유일하게 '민주' '인권' '자유'에 가까웠던 세력은 계속 언급되는 쿠르드족의 인민방위대(YPG)와 시리아 민주군(SDF)이었다. YPG를 중심으로 건설된 '북동시리아 자치행정부' - 즉 로자바(Rojava) 정부가 내전 과정에서 ISIS가 점령한 땅들을 하나하나 해방해 나아가면서 실시한 정책들은 그 사실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이들의 사상적 기반은 압둘라 외잘란(Abdullah Ocalan)이 미국의 좌파 사상가 머레이 북친(Murray Bukchin)의 영향을 받아 정리한 '민주적 연합체주의'에 있다.
압둘라 외잘란의 사상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국가,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하여 '국가 건설'을 '사회 건설'로 대체하고 민족국가를 자치적인 조직들의 민주적 연합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함과 더불어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철폐하고 공동체적 소유의 방향을 지향한다. 근대적 민족 또한 '민주적 민족'으로 재현할 것을 주장하는데, 외잘란은 민주적 민족을 '자유로운 개인들과 공동체의 자유의지로 형성한 공동사회'로 정의한다. 또한 그는 여성이 해방되는 것이 조국의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여성해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외잘란은 여성의 예속이 모든 예속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노예화가 모든 노예제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책을 서술했던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연상케 한다. 외잘란의 정치적 철학에 대해서는 한국에 번역 출간된 <압둘라 외잘란의 정치 사상 - 쿠르드의 여성 혁명과 민주적 연합체주의>를 참고하였다.
이들은 2015년 코바니에서 ISIS를 격퇴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ISIS를 몰아내고 현재의 구역을 장악하는데 성공하였다. YPG와 그 정치정당인 민주연합당(PYD)는 수복된 지역들에서 외잘란의 사상을 실천하기 시작하였으며 그것은 '로자바 사회 협약'을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악습과 제도를 폐지하고 기초 단위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을 시리아 최초로 도입했다. 모든 지역의회(각 칸톤의 입법회의)에서 성별 비율을 각각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맞추고 있으며 군사학교, 일반학교에서는 성평등과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여성 무장조직 YPJ에서는 자신들의 강령으로 세계 여성들의 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사회주의에 가까운 새로운 사회를 실험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도 해방된 지역에서 여성억압적 악습들을 계속 제거해나가고 있으며, 직접민주주의 원칙으로 칸톤의 각 위원회를 통하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의 대소사에 참여하고 운영하게끔 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주민, 노조가 생산수단을 공적으로 소유하는 공동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해당 내용은 아래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카르커 이스마일은 시리아 북동부의 정치경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 경제는 공동체적이고 분권화되어 있으며, 풀뿌리 수준에서 운영되며, 그런 의미에서 정권의 경제와는 정반대이다. 우리는 협동 조합과 공동으로 조직된 작업뿐만 아니라 지역 제품을 지원합니다. 지방 자치 단체는 우리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함께 모여 지방 자치 단체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 위원회에 투표합니다. 그런 다음 이 위원회들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경제 위원회를 선출합니다. 경제 위원회는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 일상 활동을 관리합니다. 근본적으로 그들은 모든 지역 문제(경제, 사회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의 업무에는 협동 조합의 설립 및 관리, 토지 분배와 같은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위원회는 풀뿌리 수준에서 요구 사항을 평가하고 이를 다음으로 높은 행정 수준(자치구, 지구 및 지역)과 조정합니다. AANES는 관세 표준화, 연료 가격 설정 또는 노동법과 같은 통일된 프레임워크를 제정하는 집행 위원회를 통해 이러한 결정을 위에서 감독합니다." 7
로자바에서는 현재 142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농업, 상업, 식품 및 요식, 교육, 의약 등에서 지역별 협동조합을 통해서 상부상조와 공동소유 자급자족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미실리의 식품 제조 협동조합인 Yekbûn(일치라는 뜻), Tirbespiye(티르 베스 피) 지역의 농업 협동조합인 Shehîd Hamo(셰 하드 하모) 등이 있으며, 두 도시가 속해 있는 자지라 칸톤에서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은 87개 이상이고 그 중 농업 협동조합은 21개이다. 협동조합은 각 칸톤의 경제 위원회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로자바 사회협약에서는 천연자원, 토지, 건물들을 공공의 재산으로 명확히 규정하여 법적 통제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8
“협동조합은 시리아 북동부의 대안 경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잉여 생산이 지역 사회에 계속 순환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지역의 초점은 지방 자치 단체의 제공에 있으며 시장은 부차적인 역할을 합니다. 협동조합은 공동체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하며 협동조합을 사유화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명령으로부터 물러나게 됩니다. 협동조합의 관리는 지방 자치 단체에 의해 선출되고 경제 위원회에 의해 통제되며, 이는 협동 조합을 민간 기업과 구별합니다. ... 마찬가지로 모든 협동조합은 생태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협동조합이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는 협동조합을 해산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해방은 AANES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집단 경제의 틀 안에서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여성 집단도 추진됩니다." 9
로자바 혁명의 성과와 의의는 직접민주주의, 성평등, 협동경제의 3가지가 서로 떨어질 수 없으며 또한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자바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에서는 수도인 다마스쿠스를 포함한 시리아 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삶의 질과 민주주의, 인권이 구현되고 있다. 물론 전시의 경험으로 사람들이 서로를 평등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작된 실험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과와 한계가 공존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문제는 현재 쿠르드족을 적대하는 터키군과 SNA, HTS에 의해 이 실험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 역시 이들을 승인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로자바에 대한 지원을 끊고 있다.
정보의 편향을 넘어서기 위해
한국 사회에서도 역시 시리아 내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습득은 쉽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기성 언론이나 일부 시리아 난민 당사자의 목소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상황의 문제점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극도로 복잡한 내전의 대립 구도가 편향적 관점이나 해당 당사자의 정파성에 의해 선과 악의 단편적 구도로 규정지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시로 국내에서 시리아 내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시리아 출신 난민 W 씨는 한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고 방송국에 출연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친터키 계열 반군의 입장을 계속 설파하는 인물이다. 그의 난민 지위에 대한 존중과 별개로, 그의 주장은 로자바 혁명에 대한 공격과 극단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를 무비판적으로 한국 사회에 유통하고 있다.
"터키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 지역의 출신 반군들이 우리 지역을 해방시켰다는 의미도 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심했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뭔가 민간인 학살이나 이렇게는 크게는 뭔가 폭격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됩니다. ... 터키가 중간에는 평화의 샘이라는 이름으로 개입하겠다고 하니 그냥 시리아 안에서 안전지대만 만들고 극단적인 쿠르드 민병대들만 국경 근처 있지 않게 제거하겠다고 했으니까 조금 안심됐어요. ... 시리아 안에서 안전지대에 있으면 시리아 사람들한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0
'그 지역 출신 반군'은 즉 과거의 ISIS였고 지금의 SNA를 의미한다. 이들이 자행한 '해방'이 쿠르드족에 대한 강제이주와 학살, 시민적 권리의 반동적 후퇴로 이어져 온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W 씨는 터키군과 SNA 반군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은 은폐하고, 로자바의 YPG와 SDF를 '극단적인 쿠르드 민병대'로 몰며 학살의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실제로는 터키와 터키에 의해 구성된 괴뢰군 SNA에 의해 엄청난 규모의 학살이 일어났다. 서구편향적인 국제인권단체에서조차 그들의 학살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민간인들이 안전지대에서 학대당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인권침해 실상을 잘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터키와 그 동맹 세력들이 민간인 구역에 폭탄을 퍼붓고, 최소 7건의 처형을 저질렀으며, 불법적으로 민간인 가옥과 가게를 점령하면서 재산을 강탈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들(SNA)의 주둔지에서 활동하는 구호 활동가들이 강제실종을 당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1
지난 2021년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멸망 이후, 탈레반에 의해 점령된 아프가니스탄은 지옥도가 되었다. 3년 후 시리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HTS 주도의 시리아 과도정부가 탈레반의 전철을 밟을지, 혹은 그보다는 '온건 이슬람 국가'로 분류되는 걸프 산유국들의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둘 중 어느 방식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리아 민중과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승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내전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절망을 줄이고 희망을 늘려나가자. 14년 동안 계속된 시리아 민중의 고통이라는 절망의 반대편에서, 로자바 혁명이 피워낸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꽃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몇 안 되는 희망이다. 정보의 편향을 넘어서 시리아의 현주소를 다시 짚어야만 하는 이유이고, '극단주의자들의 승리'라는 냉소와 '독재정권의 붕괴'라는 무책임한 낙관주의를 넘어 현재진행형인 로자바의 실험과 시리아 민중의 상황에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동백림
혁명과 개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제정세 오타쿠.
현재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모에 <동백림의 세계를 보는 왼쪽 눈>을 정기연재 중이다.
각주
- “이들리브 시위가 특이한 건 이 지역을 통치하는 반군 정부를 겨냥한 ‘반(反)반군 정부 시위’라는 점이다. 그동안 시리아에서는 반군들 간 우위 다툼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반군 내전’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반군 정부’의 물가인상 조치나 통치자로서의 무능에 대해 항의한 시위는 처음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공습 위협은 물론, 그에 맞서는 반군의 통치도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경 기자,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12061430393582 [본문으로]
- 초법적 사형 집행도 진행했다. https://npasyria.com/en/116845/?fbclid=IwY2xjawHcbWFleHRuA2FlbQIxMAABHTysBdkk5KvLSbNGqMH0kYNEA11GxkCF9FbVnJV6KX4f_uogxnrlPZ8X8Q_aem_rKTogT5SR1SYfGUKs0x7Gw [본문으로]
- https://hawarnews.com/en/hundreds-of-syrians-in-damascus-demand-the-inclusion-of-women-in-political-work [본문으로]
- 알라위파에 속한 시리아 해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장 처형과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는 영상을 게시. https://x.com/hawartoday/status/1872267164763541859 [본문으로]
- https://www.yna.co.kr/view/AKR20241226151900099 [본문으로]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12061430393582 [본문으로]
-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 https://www.rosalux.de/en/news/id/46966/rojavas-difficult-transformation [본문으로]
- https://mesopotamia.coop/cooperatives-are-taking-root-in-north-syria/ [본문으로]
- https://www.rosalux.de/en/news/id/46966/rojavas-difficult-transformation [본문으로]
- https://m.radio.ytn.co.kr/interview_view.php?id=65702&s_mcd=0413&fbclid=IwY2xjawHca4xleHRuA2FlbQIxMQABHcHGqXNyJxebFbHDGCqliqHD-VksS9HTMHIa9azC0C-Qt4m2c_FtLm-OXQ_aem_GcV-9SLyq6NYe4cftq_reg [본문으로]
- 이유경 기자,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1206143039358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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