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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그들의 광장에 우리의 광장으로 맞서자: 내란 극우의 준동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by Domoleft 2025. 2. 3.

[기획기사] 그들의 광장에 우리의 광장으로 맞서자: 내란 극우의 준동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윤석열 퇴진 운동이 거세질수록, 탄핵 반대와 내란 옹호로 무장한 극우 시위대 역시 곳곳에서 준동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토대로 이렇게 강해졌을까. 엄청난 조직력으로 광장을 전유하는 극우 세력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방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윤석열. 출처: KBS

 

설 연휴 초입이었던 지난 26일, 내란사범 윤석열은 결국 구속기소되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로서 12월 3일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내란 국면은 14일 대통령 탄핵소추, 1월 15일 대통령 긴급체포를 지나 새로운 전환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3일 당시 계엄 선포의 선결 조건이었던 국무회의가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국무위원들의 증언들[각주:1] [각주:2]이 나오고,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말과는 다르게 계엄 당일 군 투입의 목적이 국회의원 체포에 있었다는 증언과 증거 역시 속속들이 드러나며[각주:3] [각주:4], 윤석열을 위시한 내란 세력의 법적 심판에 필요한 조건들이 조금씩 쌓여 가고 있다.


‘여의도 우파’를 견인하는 ‘광장 우파’의 등장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국을 바라보는 민주시민들의 시선이 결코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탄핵 반대 여론을 중심으로 극우파들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이후 조사 매체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보수 결집' 현상은, 과거 박근혜 탄핵 정국 때와는 다르게 한국 보수층이 수세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샤이 보수'가 아니라 공세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샤우팅 보수'의 자세로 정국을 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각주:5]

한국갤럽의 2024년 7월~2025년 1월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인포그래픽. 출처: 한국갤럽

 

윤석열 체포 영장이 발부된 12월 31일부터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시위대의 모습은, 친윤 여론이 위축되어 있던 계엄선포 직후에 비하면 사뭇 달라진 이들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3000명 가까이 결집한 이들은 빨간 경광봉을 든 '자경단'을 구성해 활동하는 것은 물론[각주:6], 관저 앞 도로를 막아서고 "이재명 욕을 해야 지나갈 수 있다"며 행인들을 붙잡아 두는 등[각주:7] 마치 반내란 시민들이 남태령에서 보여준 모습을 따라한 양 자체적인 '해방구'를 결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MBC 기자 등 반윤석열 성향 언론인들을 공격하거나[각주:8] 탄핵 찬성 시위 참가자들을 폭행하는[각주:9]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으며, 이러한 행동력에 기반해 잠시나마 경찰과 공수처의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단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사법질서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기존 한국 보수층의 행보에 비교해 봐도 대단히 이례적인 면모이다. 단순 '기성 가치 수호'를 넘어 '기성 체제의 (반대방향으로의) 전복'을 꿈꾸는 극우 세력의 발흥이라는 평가가 전혀 과장이 아닌 이유이다.

 

1월 19일 새벽 발생한 서부지방법원 테러는 극우 폭력의 결정판이었다. 이들은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영 판사가 속한 서울지방법원 청사에 쳐들어가 닥치는 대로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은 물론 지나가는 시민과 언론인들에게마저 무차별적 폭력을 휘둘렀다[각주:10]. 이는 단순 특정 판결에 대한 불만 표현을 넘어 사법부 자체를 공격의 대상으로 한 한국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었기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시위대 일부가 판사 집무실이 위치한 법원 청사 7층까지 진입했기에, 자칫하면 판사의 신변마저 위협받을 수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각주:11] 이는 단순한 우발적 폭력의 행사가 아니라, 윤석열을 위시한 내란 세력의 지속적인 음모론 유포와 사법 부정이 초래한 직접적인 결과였다.

극우 폭도들에 의해 쓰러진 서울서부지방법원 간판.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들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기는커녕 우호적인 관계 유지보다도 한 술 더 떠 이들의 극단주의적 세계관에 합류하고 있다. '백골단'을 자처한 청년 극우 단체에게 국회 기자회견장을 내 줬다가 사과한 김민전 의원의 촌극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이들은 광화문에서 열리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물론, 법원을 습격한 폭력배들을 사실상 비호하기도 했다.[각주:12] 윤상현, 권성동, 권영세 등 국민의힘의 원내대표급 중진 의원들은 최근 부정선거 음모론이나[각주:13] 반중 색깔론 등 극우 세력의 가장 극단적인 주장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는 탄핵을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의 정당성에 시비를 거는 등[각주:14],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불복할 명분을 쌓으려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 1위 자리를 각종 극우적 발언으로 악명이 높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지 중인 것이[각주:15]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이다.

 

위와 같은 극우세력 결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각에서는 이러한 극우 결집 자체가 객관성이 의심되는 왜곡된 여론조사들에 기반한 다소 과장된 평가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면 사법리스크 등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이재명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이 탄핵 반대로 표현되었다는 분석 역시도 존재한다.[각주:16] 또 다른 혹자는 하나회 출신 예비역, 재미 한국계 극우인사 등과 윤석열 측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유지했던 친분을 예시로 들며, 당대부터 형성되었던 윤석열의 극우적 세계관이 22대 총선을거쳐 계엄 정국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추론한다.[각주:17] 위 분석들은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담론에는 단순 중앙정치 차원에서의 정무적 논의를 넘어, 시위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광장 극우'의 발흥에 대해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한 손에는 지역, 한 손에는 이념: '풀뿌리 극우파'의 조직론

현재 탄핵 반대와 내란 옹호 여론을 주도하는 극우파는 어떤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민주노총과 같은 전통적 사회운동 세력들부터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 주로는 청년 여성들이 함께하는 윤석열 퇴진 운동과 마찬가지로, 이들 극우 시위 역시 생각보다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토요일 광화문 근방에서 열리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보면,  '육사구국동지회'와 같은 깃발 아래 모인 군복을 차려입은 나이 든 예비역부터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듯 보이는 2030 남성까지 다양한 인적 구성의 참가자들이 모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30 남성들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는데, 이들은 평소 세대 및 젠더 평균보다 강한 보수 성향과는 별개로 또래 여성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성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집회 참여에 있어 다소 미온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많은 언론들이 이에 대해 주목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각주:18] [각주:19]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 중인 청년 남성들. 출처: 파이낸스투데이

 

그러나 현 정국에서 탄핵 반대 극우 세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기독교 우파 세력이다. 실제로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찬송가와 같이 기독교적 상징이 진행 과정에서 빈번히 사용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전광훈 목사가 설립한 사랑제일교회가 주축이 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이하 대국본)이다. 이들은 광화문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지키기 국민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지난 12월 말엽부터는 그 세가 같은 날 진행되는 윤석열 퇴진 집회와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해당 집회의 연단에는 엄마부대나 신자유연대와 같은 극우단체 소속 연사들이 올라오며, 전광훈 측과 직접적으로 연대하지는 않는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같은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보수단체 회원들도 개별적으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역시 이들 집회의 연단에 서기도 했다. 이들은 교회와 집회현장에서 걷은 헌금, 유튜브 영상 수익, ARS 헌금, 슈퍼챗(유튜브 후원금) 등을 기반으로 1,000억원 가까이 되는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직세를 가파르게 늘려 나가고 있다.[각주:20]

 

전광훈과 대국본의 활동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전후 등장해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이른바 '태극기부대'의 활동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만 한다. 이들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전에는 탄핵 기각을, 탄핵 인용과 대선 이후에는 박근헤 석방과 문재인 퇴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매주 수만에서 수십만 가까이를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의 조직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진보적 사회운동의 기준으로 봐도 이 정도의 인력을 모아낼 수 있는 조직은 민주노총 중앙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이들은 박근혜 석방이라는 단일 이슈에 그치지 않고 '민주노총 해체' 나 '한미동맹 강화'와 같은 광범위한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당시 주류 우파 세력이었던 자유한국당을 정치적으로 견인하기도 했다.

 

경북대학교 채장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들의 활동이 "1987년 민주화 이후 민간 보수진영의 자발적인 대중 정치집회로서는 규모와 지속성에서 전례가 없었던 사건"이며, "보수진영 일반이 아니라 수구진영의 자립화, 즉 '수구진영의 독자적 광장 세력화' 라고 좀 더 엄밀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각주:21]고 주장했다. 이들의 활동이 단순히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중앙정치의 정세 변동에 따른 반사적 성격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한국 보수 세력 내 수구적·극우적인 집단이 결집해 세력화화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후원금 모금 1위를 차지했던 19대 대선 때와는 다르게 20대 대선의 후원금 모금 후보 1위가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였다는 사실[각주:22]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 촛불 시대'에 가장 성공한 사회운동 세력은 다름아닌 극우 태극기 시위대였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던 2017년의 태극기 집회. 출처: 연합뉴스

 

전광훈은 2017년 탄핵 전후의 한국 우파 내 세력개편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하며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이후 2018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규모 있는 인사로 성장했다. 이는 당시 상근자 월급도 주기 힘들 정도로 약해졌던 한기총이, 태극기 집회로 전광훈이 모아낸 극우·보수 신자들의 조직력에 힘입어 다시 세를 회복한 데에 대한 보은의 성격이 컸다. 그의 과격한 화법은 부유층 위주의 강남 대형 교회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던 빈곤층, 노년층의 신자들에게 호소력이 짙었고, 이를 통해 기독교 우파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빠르게 불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각주:23] 이후 그는 태극기 집회 세력 내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모아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를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황교안, 나경원, 오세훈, 김문수 등 주요 보수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전광훈은 자신의 조직을 현재의 대국본으로 확대해 정당(자유통일당)과 언론(자유일보)까지 갖춘 대규모 극우 정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광훈과 대국본의 '현장 극우'에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지역 단위 조직활동에 열심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교회 네트워크에 기반해 지역별 집회와 교육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전국조직을 건설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대국본 산하 풀뿌리 조직인 '자유마을'이다. 자유마을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유마을은 "주민자치회 등 좌파 마을 공동체 입법화 저 지 및무력화" "좌파 마을활동가들의 활동실태에 대한 자료, 소책자 배포, 주민행사 등을 통한 주민깨우기운동" "교회와 기업, 주민들과 함께 건강한 자유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참여 활동 및 이웃돌보기운동"[각주:24]등 지역 단위에서부터 자신들이 지향하는 극우정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마을 홈페이지에 가면 읍면동 단위까지 지역마다 몇 명의 회원이 있는지, 어느 지역이 최근 가장 회원 증가 폭이 큰지 세세히 알아볼 수있는데[각주:25], 이는 이들이 지역 기반 풀뿌리 조직 건설에 대단히 진심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광훈과 대국본이 자유마을을 통해 집회에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최소 5000명에 육박하며, 사전 공지 시에는 수만 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마을을 위한 전국 3,518명 자유마을 동대표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전광훈.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둘째, 이들은 역사와 이념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대한민국이 이승만을 비롯한 우익 인사들이 기독교·반공주의 가치에 기반해 건설한 국가라는 '기독교입국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이러한 '신성한' 역사관이 좌파들에게 '오염되지 않게 막는 것'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자유마을의 10대 강령 중 세 개('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이 제시한 대한민국 4대 건국기둥(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입국론)에 토대를 둔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낳은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 정신과 반공 정신 등 국민정신혁명을 계승하여 흐트러진 정신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꾼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인물에 덧씌워진 프레임을 당당히 걷어내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재정립한다')가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각주:26]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참여했던 이승만 찬양·왜곡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전국 100만 관객을 넘긴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이러한 이념·역사 교육이 현실에서 갖는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셋째, 이들은 지역 단위에서의 조직과 학습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포털 뉴스 댓글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공중전'에도 능하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정치평론가 신혜식이 대표적 예시다. 2015년부터 정치 유튜브를 시작한 한국 우파 유튜버의 원조 격인 신혜식은 사랑제일교회와 대국본에서 전광훈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로, 전광훈과 대국본이 주도하는 거의 모든 집회에 참여하며 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혜식의 유튜브를 통해 극우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국본이 주도하는 조직과 집회에 참여하고, 이를 다시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며 조회수를 챙기는 식으로 이들은 서로 간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조직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내란 정국 이후 신혜식은 현 상태를 '체제전쟁상태'라 규정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비폭력을 동원해 저항할 자신도 있다"는 식의 선동적인 언어를 일삼았는데[각주:27], 이는 지난 서울지방법원 테러 사건을 되돌아보았을 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이와 같은 친 대국본 성향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 극단화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조직화해 온라인에서 '친 내란 여론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실제로 최근 들어 온라인상에서 윤석열을 옹호하는 댓글이 눈에 띄게 증가한 데에는 이들의 '좌표찍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각주:28]

2025년 2월 기준 162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마지막으로 이들은 2030 청년 극우들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이는 이번 내란정국에 들어 새롭게 발생한 현상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물론 소위 '이대남'들의 극단적인 안티페미니즘 등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정서에서 보여지듯, 청년세대 내부의 극우화가 계엄 이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각주:29] 그러나 과거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던 청년세대 내부의 극우 이념 표출이 대중 시위, 그것도 서울지방법원 테러와 같은 폭력적인 형 태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서도 전광훈과 대국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은 집회에 '그라운드씨'나 '신남성연대' 등 청년 우파층에게 인기있는 유튜버들을 여럿 초대했으며, 이 중 신남성연대의 경우 집회 연단에 2030 청년 발언자들을 물색해 올리는 등의 실무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각주:30] 온라인 중심 공중전을 넘어서는 수준의 실질적 힘을 갖추지 못했던 이른바 '뉴 극우'들이, 전광훈과 대국본이 주도하는 '올드 극우'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조직적 실체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맞불로서의 광장, 우리의 투쟁을 더욱 심화시키자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기성 보수층을 압도하고 동시에 이들을 견인하는 '광장 극우'는 계엄 이후 갑작스레 생겨난 것이 아니라, 박근혜 탄핵 이후 수 년에 걸친 꾸준한 현장 활동을 통해 그 실체를 조금씩 갖춰 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광훈 세력은 기존 대형 교회 중심의 주류 기독교 우파 진영의 언어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대거 포섭해 새로운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지역 단위로까지 조직을 확장해 추가적인 활동을 위한 기반을 갖추고,고유의 이념과 역사관에 기반한 교육·선전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 간의 정신적 결속을 강화했다. 이후 이들은 이렇게 다진 정치적 세계관을 여러 우파 유투버들의 선전활동을 통해 보다 넓은 대중들에게 퍼뜨렸고, 마침내 자신들과 다른 기반에서 성장한 청년 극우층까지 포섭하며 새로운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다.

윤석열 관저 앞에서 'STOP THE STEAL' 피켓을 들고 있는 극우 시위대. 출처: 오마이뉴스

 

이러한 의미에서 내란 사태는 이들의 성장을 촉진한 신호탄이었다기보다는, 이들이 오래 전부터 지켜온 조직적 성과를 펼쳐 보일 플랫폼을 제공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치적 성장은 윤석열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기에, 윤석열이 탄핵 및 구속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세를 과시하거나 오히려 더욱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계엄 이후 국민의힘 정치인과 지지층 모두 빠른 속도로 극우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극우 정치세력과 극우 사회세력의 상호작용이 한번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각주:31]고 경고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사회운동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광장 극우'들의 활동을 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많은 부분 친(親)사회운동적 진보좌파들이 주장했던 체제전환, 혹은 사회변혁의 방법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독자적인 비전이 결여된 채 갈팡질팡하다가 사회변혁의 적기를 놓쳐 버린 진보정당과 사회운동과는 다르게, 극우 진영은 자신들의 정치적 세계관을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조직할 방법을 차곡차곡 마련해 오고 있던 것이다. 남태령에서 보여진 기성 사회운동과 청년 여성 계층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 참여층 간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단순히 담론적 차원을 넘어 이를 실질적으로 조직화해낼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이미 진행 중인 극우파 내 구세대-신세대 간 동맹을 넘어서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좌측: 남태령 시위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전봉준투쟁단의 웹자보. 출처: 전봉준투쟁단 페이스북 / 우측: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여 발언하는 청년 여성. 출처: 뉴데일리

 

"지옥에서 살아남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지옥의 일부분이 되거나, 아니면 지옥 속에서 벗어나려는 타인들과 함께 손 잡고 지옥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거나."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의 후자는 12월 3일 이후 여의도와 남태령, 한남동에 모인 우리가 '윤석열의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윤석열을 낳은 대한민국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우리의 목소리와 공간을 늘려나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장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해방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일상, 우리의 현장에서 제2의 남태령, 제2의 키세스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결실이 맺힌다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 모두를 윤석열의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에 가두려는 친 내란 극우 세력을 넘어 진정으로 새로운 한국 사회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회장, 전환 경기 회원. 동국대학교와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멀리 보는 이론과 구체적인 공간에서의 실천을 겸비한 운동을 지향한다.


각주

  1. 장관 10명 중 7명 '반대'..드러난 국무회의 전모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680695_36799.html [본문으로]
  2. 한덕수, "윤, 처음부터 국무회의 생각 안 한 듯"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965699 [본문으로]
  3. "의원 아닌 요원" 궤변인 이유…'구금 시설' 답사는 왜?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33475  [본문으로]
  4. '의원 아닌 요원'? 주장 깰 지휘관 녹취록 80여건 확보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33691 [본문으로]
  5. 윤석열 체포에도 여론조사 '보수결집', 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80900011 [본문으로]
  6. "윤석열 대통령 만세"…2차 체포영장 발부에 尹 지지자 대집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1119947i  [본문으로]
  7. "이재명 욕해야 통과시켜 준다"… 윤석열이 만든 ‘무법천지’ 한남동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6656.html  [본문으로]
  8. 尹 체포 실패, 한남동 일대 혼란… 기자들 봉변당하기도 http://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7517 [본문으로]
  9. 탄핵 찬성 시위한다고 뺨 때려…피해자 "신념 다르다고 폭력 안 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6939.html-%201 [본문으로]
  10. 점거·폭행 난무한 서부지법…일부 尹지지자, 민간인도 때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455?fbclid=PAY2xjawIJ8NVleHRuA2FlbQIxMQABpgM%20Fq5olx034OPWRiK22IRZSMr4RFjCwT5NG_uOXyJ3YgEuSGwtEjYWb2g_aem_0ORdv8n15sJhG6OSx%20NnCAA [본문으로]
  11. 7층 판사 집무실까지 뒤졌다...폭동 당시 내부 단독 취재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32420?fbclid=PAY2xjawIJ8zxleHRuA2FlbQIxMQABpoSeIrg%20GqiSTp-qV1B6DYy1EejJVvqsDs9kX9ZTRBKFcR6lIDTKINnA8-w_aem_Rcaxy2H1ZnVVlnCGmE9Q%20Ug [본문으로]
  12. 권성동 "시위대에 일방적 책임 물을 수 없어…경찰이 과잉 대응"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8624.html [본문으로]
  13. 부정선거 '늪'에 빠져버린 국민의힘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501270600051&code=113#c2b [본문으로]
  14. 국힘, 선 넘은 '헌재 흔들기'…"탄핵안 인용 대비해 여론몰이"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80250.html%EF%BB%BF [본문으로]
  15. 꺼지지 않는 김문수...재등판 신호탄 한동훈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409052 [본문으로]
  16. 이재명에게 없는 건 '2017년 이재명'... 8년 전 문재인과 달라진 처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2417380001656 [본문으로]
  17. "尹, 대선 전 하나회와 부정선거 대모(代母) 만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002 [본문으로]
  18. "탄핵 찬성하면 시민, 반대하면 극우… 왜 우리만" https://shindonga.donga.com/politics/article/all/13/5401561/1 [본문으로]
  19. "윤 대통령이 싸울 대상 정확히 알려줬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9133.html [본문으로]
  20. 헌금만 年1000억 ‘전광훈 힘’…尹이 외친 ‘애국시민’ 실체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770 [본문으로]
  21. 채장수, 「태극기집회의 이념성」, 『마르크스주의연구』 제15권 제4호, 2018, p 123 [본문으로]
  22. '대선후원금' 윤석열 25.5억·이재명 25.3억…1위는 조원진 https://www.yna.co.kr/view/AKR20220425106900001 [본문으로]
  23. 삶에서 좌절한 하층계급, 개신교 극우세력에 포섭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78929.html [본문으로]
  24. 자유마을 소개 https://jayuvillage.com/contents/about [본문으로]
  25. 자유마을 마을별 가입자 수 https://jayuvillage.com/rank [본문으로]
  26. 자유마을 10대 강령 https://jayuvillage.com/contents/declares [본문으로]
  27. '신의한수' 신혜식, "대한민국 체제 전쟁 중"… 2030 세대와 평화적 항의 선도 https://www.imaeil.com/page/view/2025011119170155314 [본문으로]
  28. '윤석열 옹호' 댓글 급증? 보수 커뮤니티·유튜브 '좌표' 찍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595 [본문으로]
  29. 1.19 법원 폭동 사태, 우리 시대 파시즘은 온라인 여성혐오를 먹고 자랐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230615001 [본문으로]
  30. 윤석열 기소 후 시작된 극우 분열? 신남성연대 "더는 집회 안할 것"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281637001 [본문으로]
  31. "12·3 쿠데타, 윤석열 '개인' 망상이 아니라 거대한 극우 '세력'의 부상"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2206000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