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 2024년 10월호
꽤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꽃다지 정윤경 선생님의 앨범에 실린 <시대>라는 노래입니다.
출처: 꽃다지 유튜브
어디의 어느 집회 현장에서 언제 처음 들었는지도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처음부터 이 노래를 그리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노래가 마음에 들어온 것은 약간의 사회운동과 약간의 진보정당운동을 맛보고 딱 그만큼의 좌절을 느낀 다음이었습니다. 그 때 이 노래에 꽂혔던 것은 아마도 단 두 줄의 이 가사 때문이었던 듯 합니다.
허나 어쩌랴 이토록 생기발랄하고 화려한 이 땅에서
아직 못다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꾸 불거지는 것을
저는 이 가사를 지금도 가끔 무언가를 할 때마다 곱씹어 보곤 합니다.
고작 웹진을 하나 만드는 것에 반란을 운운하는 건 사실 조금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사회운동·진보정치단체 전환이 만드는 온라인 기관지이자 웹진, <도모>는 이제 첫 발을 내딛습니다. 대중적 진보 매체의 런칭은 2년 전 전환이 출범할 때부터 숙원해 온 핵심 사업이었습니다. 비록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 시작을 장식할 만한 번듯한 인쇄매체물이나 멋진 디자인의 웹사이트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콘텐츠의 질과 의의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고자 노력하겠음을 독자 여러분께 미리 약속드립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남기자면 향후 기사들을 취합 및 재편집하여 인쇄매체물의 발간 역시 계획하는 중입니다. 편집 방향에 맞는 외부 기고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니 많은 문의를 부탁드립니다.
창간준비호의 첫 기획기사로는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의 김원이 작성한 <907 기후정의행진: 함께한 기억들, 남겨진 질문들>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시급하고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할 반란이 있다면 그건 공멸에, 멸종에 대한 반란일 것입니다. 한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강남대로를 전국에서 온 3만 명의 시민이 가로질렀던 것만큼 오늘날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그 행진이 끝나고 우리 운동에 남은 건 뭘까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쟁점과 고민들을 글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도모>에 정기연재를 하게 된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 김봉독의 <이재명이 버린 이재명세(稅)?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에 부쳐>에서는 조세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 거대 양당의 금투세 유예 야합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담고자 했고, 국제 섹션의 <가자 학살 1년: 격랑의 중동정세,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테러 국가 이스라엘의 폭주로 인해 지속적으로 파괴되는 중동 민중의 삶을 멀리서나마 짚어 보고자 했습니다. 전혀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이지만 모두 2024년 지금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아야만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환의 주요 활동에 대한 소식,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보내 주신 창간기념사도 함께 담았습니다.
혁명이 사라진 시대라고 모두가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운동과 역사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몽상가일 뿐이라고, 이제 현실을 인정하라 합니다. 진보정당운동과 사회운동에 헌신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떠나 성공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떠나간 이들과 똑같은 절망과 좌절을 느꼈음에도 여전히 못 다한 반란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 국어사전에 '도모'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대책과 방법을 세우다"라는 뜻이 나옵니다. 우리가 오늘날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것이 불평등에 대한, 체제에 대한 반란이라면, 그 반란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책과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은 '도모'입니다.
여전히 반란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곁에서, 이미 자신의 삶에서 소소하지만 위대한 반란을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의 곁에서, 웹진 <도모>는 지금 출발하려 합니다. 체제를 전환하고 대안사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길고 긴 운동에 이 시도가 아주 작은 하나의 발자국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생기발랄하고 화려하더라도,
어쩌랴.
우리의 반란은 끝나지 않았고 또 끝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도모 창간에 도움을 주신 모든 전환 회원 분들, 편집위원 및 집행위원 동지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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