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북전단 살포 저지를 위해 뛰는 김찬우 정의당 파주시위원장을 만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군사분계선 접경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위협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대표적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 진보정당의 지역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김찬우 정의당 파주시위원장을 <도모>가 인터뷰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북방송인지 대남방송인지 알 수 없는 선전방송이 매일 들려오는(웃음) 파주에서 살고 있는 김찬우라고 합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오래 해 왔고, 이후 지난 2022년부터는 정의당 파주시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파주에서 경기도의원으로 출마했고, 이번 당직선거에서는 재선 지역위원장이 되었네요. 전환 경기 회원이기도 합니다.
- 위원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 중단 평화행동에 열심히 함께하고 계십니다. 현재 파주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지역의 상황과 대북전단 반대운동에 함께하시게 된 맥락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좀 오래된 얘기지만, 문재인 정부 때 9.19 군사합의가 체결되었잖아요. 이 합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작년 말 일부 효력이 정지되고 나서 올해 전면적으로 폐기되었는데, 이 이후부터 남북관계가 군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윤석열 정부의 대북관에서 기인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 역시도 상호 간 대화와 소통의 공간을 모두 차단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 이후 군사분계선(MDL) 5km 안쪽에서는 한동안 멈췄던 포병 실사격 훈련이나 완전무장훈련 등이 재개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집 근처에 통일전망대가 있는데요, 통일전망대 아래에 있는 대북확성기도 최근 다시 가동을 시작했고요.
북한은 매일 오물 풍선을 보내 오고 우리 정부는 대북방송과 군사훈련 확대로 대응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2월 23일 지역 시민사회 연대체인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발족했습니다. 저도 역시 초창기부터 참여하고 있는데요, 비상행동에서는 발족 직후부터 임진각에서 접경지역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대북확성기 중단을 요구하는 릴레이 피켓시위를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피켓팅이었는데, 현재는 군사행동이나 전쟁이 전면적으로 닥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왔고 설상가상으로 납북자 또는 탈북민 시민단체들이 계속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위기감이 더 커진 거죠.
남북관계가 악화된 지금 납북자 단체,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보내는 명분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인권에 대한 내용을 더욱 알려서 독재 체제를 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사실 현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굳이 재개하려는 이유는 전단 살포 자체가 언론에서 매우 자극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8년에 마지막으로 대북전단 공개살포가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6년 만에 다시 공개살포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죠. 저희 비상행동은 지난 10월 31일 이 공개살포 행사에서 대북전단 반대 기자회견을 하다가 경찰에 끌려나갔지만 다행히도 당일 행사를 중단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과거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질 당시 북한에서는 전단지를 매단 풍선에 총격을 가했고, 한국군도 대응사격을 하여 최고 수준 군사경보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지역이었던 연천에는 주민들에 대한 긴급대피령도 떨어졌고요. 실제로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교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최근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시의 포격가능성으로 인해 파주, 김포, 연천 3개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선포했는데 이는 지자체에서도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입법한 대북전단금지법은 작년 헌법재판소에서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이 정지되었습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것인데, 이 헌재 판결에서도 심지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는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이고요.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을 핑계로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접경지역의 시민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평화행동에 참여하시면서 체감하는 주민 분들의 여론이나 반응은 어떤가요?
파주 지역 내에서도 어떤 동네에 사시는지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접경지, 비무장지대 부근에 실제로 거주하시거나 그 지역을 자주 지나가는 분들이 훨씬 더 민감하신 것 같습니다. 전방 지역의 경우에는 최근 도로에 장갑차나 군인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고요. 그 외에도 운정 등 신도시 지역 역시 최근 하늘에 군용기나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져서, 물론 접경지역보다는 아니겠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시민들이 위협을 체감하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의제들에 대해서는 찬반이 항상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이 의제에 대해서는 제가 활동하며 만나는 파주 시민 분들이 찬반 없이 모두 함께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역에서 평화의 문제를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조금 더 예시를 들어 보자면 민통선 내에서 농업을 하시는 분들은 한창 농사를 짓는 중에 군인들이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농번기에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을 하며 직접 들은 농민분의 말씀에 따르면, 이 분은 <한겨레>와도 인터뷰를 하셨는데 “문산읍으로 넘어가는 대로변에 장갑차가 서 있다.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다 쫓겨나기까지 하고 있다. 무인기 사태 뒤 중무장한 군인들이 깔려 있다”고 호소하기도 하셨습니다.
- 이번에는 살포를 막아내셨지만, 납북자 및 탈북자 단체들이 다시금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지속적인 대응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대북전단 살포 저지 평화행동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말씀대로 여전히 일부 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적으로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과 같이 공개 살포 행사를 예고하는 상황에서는 지역민의 삶을 볼모로 잡는 행위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음을 명확히 밝히며 행사에 찾아가 반대행동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비공개로 전단을 살포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열심히 찾아내서 저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100% 막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상황 확인 후 현행법상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지난 10월 31일 법원에 대북전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라서 우선은 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서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고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전쟁위기는 이제 생명권과 재산권의 위협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기후위기 등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제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또 전쟁의 문제는 우리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국제적 문제, 동아시아 평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파주 내에서 기후위기와 전쟁, 한반도와 국제정세 같은 주제로 가벼운 대화 모임들을 우선 진행해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쟁위기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타 국가들의 사회운동이나 진보정치 세력과도 국제연대를 강화하고자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 보려 합니다.
-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얼마 전 정의당 파주시위원장에 재선되셨는데요, 아무래도 원외 진보정당의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어려우신 부분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최근 지역위원회 현황이나 분위기는 어떤지요? 어떤 사업이나 운동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원내나 원외나 지역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웃음) 원래 시의원이나 도의원이 없는 상황이었어서 그런지, 지역위원장으로서 원외정당이 된 게 특별히 체감되진 않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주요 언론들이 그래도 정의당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회가 더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죠. 물론 여전히 지역 언론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기사를 실어 주는데, 이런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파주시위원회는 이제 막 다시 당원들을 규합하고자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많은 당원 분들이 오히려 더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남아 계신 당원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고, 이 분들이 당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해 주셔서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종종 들어오는 탈당계들과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당비미납 비율을 볼 때마다 현재 우리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지만요.
지금 주요 사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파주의 아울렛, 쿠팡, 출판단지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미조직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사업이고, 이를 노동당, 공공운수노조, 권리찾기유니온 등과 함께 진행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각 의제별로 내용적 연대연합이 가능한 세력들을 모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말에는 정의당, 녹색당, 파주환경운동연합이 모여 907기후정의행진 파주참가단을 발족하고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이렇게 다양한 의제별 연대를 통해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지역의 세력들을 우선 확인하고, 이런 관계망을 바탕으로 파주에서 체제전환, 사회대전환에 동의하는 폭넓은 연대체를 구성하여 지역에서의 정치적 힘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 지방선거가 2년도 남지 않았는데, 지역 정치인으로서 선거에 대한 고민도 깊으실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2년이 남았다고 하면 꽤 많이 남았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웃음)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주요 후보자들은 현역 시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거나, 지역 내 사회단체들에서 오래 전부터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진보정당의 경우에는 이런 지역 단위의 연결고리들이 많이 무너진 상황이고, 지금 저희가 하는 일은 항상 해 왔던 일이지만 동시에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우선 얼굴을 알리기 위해 지역 곳곳에 인사를 다니고, 동시에 "정의당은 파주에서 어떤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내용들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6년 지방선거에 구도심인 금촌 지역에서 파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하려 합니다. 최근에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선거구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금촌은 파주시청이 있는 행정적 중심지이고, 동시에 신도시인 운정 지역보다는 연령대가 높지만 역시 타 지역에 비해서는 3~40대 유권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에 유리한 3인 선거구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해당 지역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해당 지역에서 정의당을 어떻게 다시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파주시위원장이자 지역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 내용적인 목표도, 정량적인 목표도 좋습니다.
정량적으로는 말씀드렸다시피 2026년 지방선거에서 파주시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이고, 내용적으로는 독자적 진보정당의 지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시다시피 진보정당의 지역위원회나 지역 조직이 현재 대부분 붕괴되었고 지역 조직화의 모델도 많이 사라진 상황인데요, 이 상황에서 지역과 현장을 복원하자는 말이 정말 중요하지만 주장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결국 실천적 활동을 통해서만 지역운동 모델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여러 가지 운동을 실제로 펼쳐 나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진보정당의 지역운동 모델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상 평화와 지역민의 삶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에 지속적으로 집중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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