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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말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이 헌법기관으로서 헌정 질서를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by Domoleft 2024. 12. 7.

[독자의 말]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이 헌법기관으로서 헌정질서를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도모>는 '독자의 말' 코너를 통해 매월 도모를 애독해 주시는 독자들의 피드백을 지면에 싣고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투표를 앞두고, 지난 12월 3일 계엄령에 맞서 국회로 달려간 오준승 님의 말을 싣습니다. (편집부)


 

3일 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회의에 참여하고 회의가 마무리된 직후, 정의당 강동구위원회 카톡방이 울렸다.

비상계엄이 내려졌으니 피하실 분은 피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한 당원의 글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농담이거나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를 보니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대국민 담화에 이어 국회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비상계엄문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계엄군이 투입되고 국회의원의 출입이 봉쇄되었다는 소식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었다. 국회를 봉쇄해 계엄 해제를 막겠다는 조현천의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솔직히 나 같은 잡범은 잡혀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하고 본관 창문을 깨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좌시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 한 몸이라도 가서 막겠다고 생각하며 나왔다. 가면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두려웠다. 무슨 일이 생기면 집에 들르지도 않고 도망가려고 여권도 챙겨서 나왔다. 국회로 가는 지하철 막차에 십수 명의 시민들이 매 지하철역마다 타기 시작하더니, 국회의사당역에 내리기 직전에는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전화를 켜고 마음 졸이며 계엄군의 국회 침탈 현장과 의사진행 상황을 보고 있었다. 국회 앞에는 경찰 추산 4천 명의 시민이 모여 "계엄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 

 

그렇게 막아낸 비상계엄이다. 한밤의 해프닝 같은 게 아니었다. 지금도 두렵다. 그 미치광이가 어떤 짓을 저지를지. 집회에 나오는 모든 시민이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니 전 세계가 똑같은 마음이다. 반대파를 쓸어버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군대를 밀어 넣는 미치광이의 나라에 어느 국가가 협력하겠으며, 어느 기업이 투자하겠는가? 미국 국무부가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수위를 높여 가며 내고 있다. 대한변협을 비롯한 보수적 단체들조차 윤석열 탄핵을 말한다. 동아 등의 보수언론조차 윤석열의 즉각 사임을 주장한다. 이미 윤석열 자체가 국가의 위기 요인이 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치적 산식만 고려하며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내란"이란 용어도 쓰지 말라 하면서 위헌적 계엄령조차 옹호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조차 계엄군의 침탈이 위헌이요 위법이라 규탄하는데 말이다. 이미 저들은 집권당으로서, 아니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다해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고 있다.

 

12월 3일의 내란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가기관의 대응이다. 내란이란 중차대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국가기관 어디도 신속한 대응은 없었다. 반역자들이 나라를 활개 치고 다니는데도 검찰, 경찰, 공수처 등 어느 집단도 그들을 잡아들이지 않고 있다. 규탄의 입장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는 쿠데타로 발생한 인권침해를 막아낼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입장을 내지 않는다. 내란을 일으킨 반역 수괴는 여전히 국군통수권자의 권한을 가지고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의 3분의 1을 장악한 내란 종범 반역집단에 막혀 탄핵안의 가결조차 모호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법치가 붕괴한 걸 넘어 이 정도면 헌정질서의 붕괴라고 봐야 하는 수준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붕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헌정질서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조차 헌정질서 수호의 의무를 행사하지 못한다면, 불행하게도 국민이 헌법기관으로서 헌정질서를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국민 스스로가 전민항쟁을 통한 저항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사태는 대한민국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심지어 내란 종범인 국민의힘에게도 불행한 결과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지금, 여의도로 향하는 중이다. 수많은 시민이 정확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장소로 모이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헌법기관의 책무를 다해 달라. 오늘 오후의 표결이 당신들이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오준승

전환 서울 회원. 정의당 청년 부문에서 활동해 왔다.

진보정당운동에 필요한 정책 공부를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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