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사회 일반

등록금 인상, 시장주의의 함정에 빠진 대학

by Domoleft 2025. 1. 24.

[사회] 등록금 인상, 시장주의의 함정에 빠진 대학

최근 주요 사립대학들이 일제히 큰 범위로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당황하고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초유의 비상사태에 빠진 지금 대학본부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시장화된 고등교육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25년 1월 2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계획. 출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최근 주요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6년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대(4.9%), 서강대(4.85%), 한신대(5.3%) 등이 이미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으며, 고려대와 경희대, 연세대 등은 법정 최대 인상 한도인 5.49%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2023년에 17개 대학이, 2024년에는 26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한 바 있어, 이번 인상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그저 과거의 연장선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만큼, 올해는 대학들이 일제히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사립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90개교 중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대학은 단 4곳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사립대들은 일제히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그들의 논리는 무엇인가?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등록금 인상 흐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대학 측, "지금이 기회다"

대학 측은 늘 그렇듯이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교육 투자비는 계속 증가했지만, 등록금은 10여 년간 동결되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셈법이 추가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오르면서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를 따기보다는, 일부 교육부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2015~2025년도의 연도별 대학등록금 인상률 법적 상한

 

정부는 그간 고등교육법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 왔다.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이 이를 초과하여 인상할 시 국가장학금 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가해 왔다. 실제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약 1% 내외에 그쳐 등록금 인상률 상한 역시 약 2% 수준에 머물렀으므로, 대학들은 소폭의 등록금 인상보다 교육부 기조에 따라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국가장학금 등의 정부 지원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2021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5%를 기록하더니, 2022년에는 5.1%까지 급등했다. 2023년에는 3.6%로 다소 완화되었으나, 이미 이러한 변화로 인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 2024년 기준 5.64%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제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동결을 유지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받는 것보다 이를 포기하고서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된 셈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총선이 있었던 2024년에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을지라도, 2025년에는 본격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선 사정에 더해 최근 12·3 비상계엄 이후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 역시 대학들로 하여금 등록금 인상을 단행할 적기라는 계산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022년에 최고치(5.1%)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대학은 여러 조건상 “올해가 등록금 인상을 단행할 마지막 기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현 정세를 고려할 때, 내년도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번 등록금 인상이 별다른 저항 없이 시행될 경우 이것이 단발성 조치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 반복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교육부,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만자

202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출처: 뉴시스

 

이러한 상황 속 교육부는 최근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각 대학에 보낸 서한에서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등록금 인상으로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대학들에 맞서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교육부야말로 작금의 등록금 인상 사태를 초래한 주역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사실상 민간이 책임지는 구조이다. 국내 대학의 85%가 사립대학이며, 이는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이 고등교육을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해방 이후 공공의 체계적인 관리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대학이 무분별하게 설립된 결과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사립대학의 양적 팽창뿐만 아니라, 그렇게 생겨난 대학들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역량과 자산 등은 갖추지 않은 채 최소 비용만으로 대학을 설립한 데 있다. 따라서 어쩌면 낮은 법인전입금 문제와 등록금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이한 대학 재정 구조는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1995년에 발표한 '5·31교육개혁방안'에 따라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이 인가되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하면서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각주:1]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연히 우수대학은 살아남고 부실대학은 도태되리라는 시장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실제 상당수의 사립대학이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사립대학이 우후죽순 설립된 것에 비해 폐교된 대학은 소수에 불과했다. 즉, 대학설립준칙주의는 실패했고, 교육부마저 이를 인정하고 2013년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폐기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사립대학을 극단적으로 늘려 민간 의존적인 고등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운영 능력이 없는 부실대학의 설립까지 용인해준 결과만 남았다.

 

이후에도 고등교육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대표적으로 '반값등록금 운동'을 통해 일정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었다. 2011년에 본격화된 반값등록금 운동은 공공적 성격을 갖는 고등교육처럼온전히 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재화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그리고 이 운동은 전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면서 보수 정당의 대선 공약으로까지 편입되었다.

2012년 반값등록금 국회만들기 대학생 운동본부의 발족식 기자회견. 출처: 오마이뉴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가장학금'이라는 반쪽짜리 미봉책을 도입하여 간접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추진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반값등록금 도입과 함께 대학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확충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대학들은 연구비 축소, 신규 교원 채용 지연, 정원외 학생(특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 등의 방식으로 재정난을 해결하기 급급했다. 이로써 한국은 '청년층(만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이 69.7%로 OECD 국가 중 1위가 되는 동안, 여전히 '고등교육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되었다.[각주:2]

 

정부는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더 이상의 급진적 개혁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정부지출을 절약했고, 대학은 등록금을 더 이상 인상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학 경영권을 방어했다. 추가적인 정부 재원 확대나 제대로 된 사학 구조개혁은 없었다. 물가상승률과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근시안적 미봉책에 불과했고, 불가역적인 등록금 인상이 예정되는 구조 속에서 오늘의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또다시 임시방편적인 유인책만 내놓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흐름을 억제하기 위해 대학에 국가장학금 지원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는데, 핵심은 국가장학금 지원 조건 중 교내장학금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기 위해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와 '전년 수준의 교내장학금 유지'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내장학금을 현행 대비 10% 축소하더라도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러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인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므로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교내장학금을 줄이는 방안 역시 결국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 교육비 부담을 가중하는 임시방편적 유인책에 불과하고,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사실상 교육부는 또다시 등록금 인상 흐름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대학에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등록금 인상 흐름을 방임·용인하고 있는 교육부의 태도는 여론을 의식한 기만적인 행보에 불과하다.


등록금 인상 대응 논리, 고등교육의 공공성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에 부착된 등록금 인상 반대 대자보. 출처: 뉴스1

 

한편 학생사회도 각 학교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가 내세우는 등록금 인상 반대 논리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지점을 짚어 보자. 우선 현재 각 대학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등록금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4년제 대학 기준,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82만 7천 원이며, 사립대의 경우 762만 9천 원에 달한다.[각주:3]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여전히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한국의 등록금은 OECD 국가 기준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대학들은 최근 높아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등록금 인상의 기회로 삼고 있지만, 반대로 이는 가계 입장에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등록금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둘째, 과도한 등록금 의존율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 등록금 의존율 평균 51.4%에 달하는 반면, 학교법인이 사립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인 법인전입금 비율은 평균 4.1%에 그쳤다. 평균치일 뿐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넘기는 대학도 적지 않다. 즉 전체 교비회계 수입 중 절반 이상을 학생들이 낸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학교법인이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럴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며, 대학이 기부금 조성이나 자체적 수익 사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대학이 그동안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부담을 다시금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할 수 있다.

 

셋째, 등록금을 인상하기에 앞서 대학이 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 재정의 불투명한 운용과 부정 사용, 비리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이며, 이로 인해 대학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지적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대학들이 예산을 실제 지출 규모보다 부풀려 책정하고, 그 차액을 주로 건축적립금으로 누적해 온 관행도 존재한다. 특히 사립대학들이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두기만 한 채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순적인 행태도 등록금 인상 반대의 주요한 논거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설령 등록금을 인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인상분을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주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 당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 출처: BBC 뉴스 코리아

 

위에서 살펴본 주요 논리는 대학 측의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데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러한 논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계해야 될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무엇보다 시장 논리의 강화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당장의 해결책으로 간편하고 익숙한 시장 논리에만 의존할 경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등록금 반환 운동이 시장 논리에 기대면서 결국 총학생회에 자치회비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사례가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간과하고 등록금을 단순한 교육 상품의 구매 비용으로, 학생을 그저 소비자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일각에서는 학교 측 논리에 포섭되어 사실상 등록금 인상 저지 자체를 포기한 총학생회가 등장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대신 인상된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더 많이 투자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얕은 계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그간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동결의 대가로 인상되어 온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의 등록금 인상분이 얼마나 그들을 위해 실효적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돌아본다면 허구적 발상에 불과하다. 또한 이처럼 충분한 대가(교육여건에 대한 투자)가 보장된다면 기꺼이 더 많은 비용(등록금)을 지불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결국 끝없는 등록금 인상을 촉진할 뿐이다.

 

그 외에도 앞서 언급한 등록금 인상 반대 논리들 역시 당장은 필요하지만, 수익자 부담 원칙과 시장 논리의 함정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무엇보다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 저지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 대다수 학생회들이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정부의 책임까지는 문제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반값등록금 운동 및 국가장학금 정책의 한계', '코로나19 당시 등록금 반환 운동' 등 우리가 경험한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문제 삼지 않고서는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등록금 가격의 합리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이 문제의 본질인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함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약화된 학생사회, 공동 투쟁으로 한계를 넘어서자

각 대학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해 학생사회가 많이 약화된 사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대와 서강대 등 이미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에서는 총학생회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사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심지어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확대운영위원회에서는 최근 1표 차이로 등록금 인상에 공식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 채택되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2025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기자회견. 출처: 전대넷 페이스북

 

물론 다행히도 앞선 대학들과 달리 대부분의 총학생회는 여전히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나름의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별 캠퍼스에 고립된 '각개전투'에 머무르는 형국이다. 대학 총학생회 간 연대체를 구성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사례로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정도가 있는데, 그마저도 5년 전 코로나 시국 당시의 등록금 반환 운동과 비교하면 참여 단위가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

 

캠퍼스 간 연대 없이 개별 캠퍼스에 고립된 대응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캠퍼스에 고립된 대응으로도 '그간의 등록금 수입의 합리적 지출 여부', '지나친 등록금 수입 의존도', '학교법인의 재정 기여도 문제' 등을 따져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반값등록금 운동 이전부터도 늘 제기해 온 문제이다. 즉, 학생들의 투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대학이 재정 부담을 학생에게만 전가하도록 방임한 대학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고, 캠퍼스 간 연대와 그로써 만들어지는 대정부 투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한편 제도권 내에만 머무는 대응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보통 학생 측 위원과 학교 측 위원(교수, 직원)을 동수로 구성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외부 전문가 위원을 선임하는 최종 결정권을 사실상 학교 측이 가지기 때문에 애당초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본부가 당장은 학생 측의 의견수렴을 기다려주고 몇 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소통하고 있지만, 기회를 틈타 적당히 형식적인 정당성만 확보되면 불가피한 인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의 결론이다.

 

따라서 전장을 캠퍼스 안, 그중에서도 또 등록금심의위원회 안으로만 국한해서는 등록금 인상 흐름을 저지할 수 없다. 대학본부에 편향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하고, 무엇보다 총학생회는 단지 학생들을 잘 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 대중을 하나로 조직하여 사회적 압력을 형성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록 방학 기간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학생총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성사시킨 동력을 상기한다면 학생 총투표나 총궐기 집회 역시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진 이후의 세상에는 대학의 공공성도 있어야 한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신년 기자회견. 출처: 매일노동뉴스

 

지난 12월 3일 이후,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윤석열 퇴진운동은 단지 대통령 개인의 퇴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면적 사회대개혁을 이끌어내자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고차원적 방법은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을 담아낸 개헌이겠지만, 그만큼 각자의 일터, 지역 등 삶과 일상 공간에서의 전환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대학에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란 사태 이후의 조기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대학 문제의 본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혹은 실행하지 않고 있음은 명확하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는 사립대학들을 단계적으로 '정부의존형 사립학교'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존형 사립학교는 현재 한국의 '독립형 사립학교'와 달리 학교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기관이 지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해당 공약은 지금까지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에 의존했고, 사립대학은 등록금에 의존했던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를 정부 지원을 늘려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제기했던 수많은 개혁 의제에서 지지부진했고, 교육 분야에서도 결국 제대로 해낸 것이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

 

현 정치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마땅한 공약조차 내놓은 적이 없다. 비상계엄의 해제 이후 최근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과거부터 '학점비례 등록금제'의 도입을 주장해 온 바 있다.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학생 개개인별로 수강신청을 한 학점에 비례해서 등록금을 납부하자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학생이라는 공통의 정체성 대신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기반한 시장 논리의 극치이다.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사고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정책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의 학점비례 등록금제 토론회. 출처: 오마이뉴스

 

사회운동가 채효정은 저서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학점비례 등록금제가 교육의 공공성을 지우고 '시장 합리성'에 편입시킨다고 지적하며, 대학사회를 형성해 온 정치적 과정을 배제하는 '반정치화'로 평가한다.[각주:4] 등록금을 쪼개면서 그 총액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우고, 공동체의 문제를 온전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환원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경제적 여력이 없는 대학생에게 이 문제는 그저 적은 학점을 소비하면 될 문제가 되어 버린다. 학생의 권리는 이익으로 환원되고 개인화되어 결국 서로의 이해를 연결하는 정치사회화 과정은 불가능해진다. 정치적 힘이 배제되니 더 이상 교육의 공공성을 되찾는 논의를 시작할 수도, 등록금 투쟁을 할 수도 없게 된다.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신자유주의적인 극단적 개인주의를 통해 대학 공동체를 파괴하고 소비자로 재탄생시키는 아주 무서운 슬로건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학점비례 등록금제라는 정책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뿐더러 학생사회만의 문제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2025년 지금, 대학이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마주한 전방위적 위기의 전면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의 쇠퇴 속 이 위기에는 심화 혹은 해결만 있을 뿐, 지금대로의 유지란 없다.

 

학생 개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를 타격하는 신자유주의의 기만적 가면 뒤에 가려진 본질적 문제들을, 지금 누군가는 다시 끌어올려야만 한다. 계엄과 내란을 넘어 우리가 마주할 퇴진 이후의 세상에 대학의 공공성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남우석

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전환 서울 회원.

경희대학교와 서울 동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주

  1. 대학교육연구소,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 방안, 2019, p. 3. 직접 인용. [본문으로]
  2.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참조. [본문으로]
  3. 사이버대학·폴리텍대학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교육대 기준. [본문으로]
  4. 채효정,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 교육공동체벗, 2017 [본문으로]

'사회 > 사회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3일 밤에 대한 한 군인의 기억  (0) 2025.02.02